안동 여행 – 도산서원 – 2011.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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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끈한 방에서 한잠 푹 자고 일어나 보니 아침 일곱시다. 공동 세면장이 붐비기 전에 얼른 씻고 나설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아침이래 배는 고프고 출출한데 먹을만한 식당은 보이지 않고, 치암고택에서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안동 재래시장이다. 아침 여덟시가 금방 지난 때라 시장 안에도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눈에띄지 않는다. 길에서 가게 영업채비를 아는 어머니께 아침밥 먹을만한 곳을 여쭙다가 시장 골목 안쪽에 식당들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그리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도 몇군데서 아침밥은 조금 더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듣다가 한 가게에서 “국수인데 괜찮아요?”라는 말씀을 듣고 넙죽 앉았다. 된장국에 소면을 말아주시고 6찬에 약간의 보리밥까지. 쌀쌀한 아침에 온몸이 따듯해 지는 기분이다. 가격은 단돈 3000원. 와…이런곳이 있구나.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값을 치르고 도산서원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쨍하게 맑은날은 아니었지만 포근한 햇살이 있는 날이다. 도산서원 들어가는 한시간 동안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뵐 수 있었다. 읍내에 있는 목욕탕에 삼삼오오 친구분들과 마실다녀오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고 좋았다. 버스는 우리들을 도산서원 매표소 앞에 내려주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대부분 내일로 여행객으로 보이는-나를 빼고는 다들 내일로 여행자였던 것 같다-한 무리의 사람이 도산서원으로. 걸어가는 도중 서원 앞 공터에서 바라보니 저수지 않에 오롯이 떠있는 동산이 포근해 보여 사진 한장.

 


 천원짜리 구권의 뒷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도산서원을 직접 보러 이곳에 왔다. 조선 성리학의 조상님 격인(?) 퇴계 이황이 후학을 양성하던 곳. 질박하고 아담한 건물들이 아침 햇살에 따듯한 느낌을 자아냈고, 한적한 느낌이 좋았다. 멀찍이서 사진을 한장 남기고 본격적으로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도산 서당이라는 글씨가 특이하게 새겨진 서각. 포인트는 ‘山’자. 새롭게 정비된 듯한 모습과 장지문이 떨어져 간 모습이 허전한 모습이 아쉬웠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이고 있는 나무 기둥에서 서원이 지나온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의 모습의 살려 복원을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석봉의 필체라고 하는 도산서원 현판. 힘있는 글씨. 수백년을 뛰어넘어도 좋은 글씨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멋이 있다.

 

 

나오는 길에 도산서원의 뒷편에서 바라본 건물들의 처마선은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한옥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해주었다. 너무나 거대해서 보는사람을 압도하는 중국의 건물이나 직선의 양 끝단을 치켜올려 직선미를 극도로 살리려고 하는 일본의 건물과는 다르게 한국의 건물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멋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밍숭맹숭 하다고 한국 건축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런 부드럽고 조화로운 한옥의 선이 참 좋다.

 


 

열른 대문 안쪽의 마당을 잠깐 훔쳐보기도 하고.

 


 

 열려있던 창문으로 마루를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

 

 도산서원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한다. 들어갈때 찍었으니 나올때도 또 한장. 나오는 길에 새로운 동행을 만나 점심나절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정말 혼자서 여행을 하게 될 줄 알았던 이번 안동 여행에서 내 여행 길을 같이 해준, 귀중한 시간을 내게 내어준 동행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또 감사의 인사를.

 

이제…나는 하회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