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라이잔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부슬부슬 비를 뿌리는 하늘이 조금 원망스럽긴 했지만, 뭐, 비오는 날도 운치가 있는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라이잔 북관 앞에서 한장. 남관, 북관이 있지만 벽 하나로 막혀있는 한 건물이고 내외국인 숙소가 갈라져 있던가 그렇다. 시설등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
사철을 이용해 교토로 다시 이동. 왠지 비가와서 전철이 더 빨갛게 보이는 듯. 평일 오전 RH와 겹쳐버린 덕분에 사람은 전철에 복작복작복작복작. 어차피 나는 여유있는 여행객이니 전철을 몇대 보내고 좀 한가해 보이는 열차를 잡아타고 다시 교토로 향했다. 환승을 위해 내렸던 역에서 잠깐 사진 한장.
우여곡절 끝에 교토에 도착했고, 버스 패스를 끊기 위해 JR 교토역 버스센타로 이동했다. 전에 찍고자 했던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 아쉬움이 많던 차에 이번에는 제대로 사진 한번 찍어보고자 이자리에서 몇장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여행 후 Review할때도 100%만족하지는 못했지만, 그전 여행보다는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와서 그냥. 교토역의 이 공간이 참 좋다.
사진도 찍을만큼 찍었겠다, 교토 시내 구경을 시작한다. 주춤해질줄 알았던 비는 주춤해질 생각을 안하고 계속 비만 주룩주룩. 유명 관광지 답게 외국인도 참 많다.
산쥬산 겐도 앞에 위치한 미미즈카를 찾아가는 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신사의 돌담길을 지나갔는데, 어마어마한 돌의 크기에 압도. 그 인물은 한국에도 몹쓸짓을 많이 하고, 자기네 백성들한테도 몹쓸짓을 참 많이도 했나보다. 저 큰 돌을…
신사 입구에서 한장. 신사 경내에도 들어가 봤지만, 발길도 별로 없는지 질축한 바닥과 많은 이끼때문에 음산한 기분만 감돌아 얼른 돌아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사 분위기는 별로다. 특히 비오는 날은.
교토에 위치한 미미즈카. 원래는 하나즈카(코무덤)라고 했었는데,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미미즈카(귀무덤)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과거 임진왜란 혹은 정유재란때 한국사람을 잡고, 사람 수를 증명하기 위해 사람의 코를 베어 염장을 해 영주에게 바치던 제도가 있었는데, 이런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무덤이라고 한다. 복잡한 마음에 심란해 지게 만드는 무덤. 합장하고 떠나간 사람들을 위해 잠시 기도하고, 다음 여행지를 찾아서 출발.
미미즈카 주변 골목길을 걸으면서 집앞에 내놓은 화분도 한컷.
걸어가던 길 풍경도 한컷. 좁은 길 하나에 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고, 자전거도 다니고.
주변을 걸어서 배회하다가 비에 지쳐 맥도날드로 피신. 맥도날드에서 파는 100엔짜리 아이스 커피는 참 맛있다.
미미즈카를 다 본 뒤에는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보러.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떨지 기대되었다. 우산 쓴 아저씨 뒤에서 사진 한장…
이맘때의 교토는 수학여행 철인지 교복을 입은 단체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학생들도 참 부산스럽고 활기차다. 어디건 다 비슷하겠지.
길가 한복판에 우뚝 선 저 탑은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탑이다. 하지만, 이런걸 담아낼 수 있는것도 사진의 매력이 아닐지.
담장 너머로 불쑥 올라온 레이잔 칸논의 불상을 보며 사진을 남기고, 빗속을 지나고 지나 다음 장소로 자리를 옮긴다. 들어가서 볼 것까진 없다 싶었던 곳.
지온인이란 절이 보기가 참 좋다고 해서 구경해 볼까 하고 찾아가 봤지만, 공사중이라 경내 구경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몬만 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 교토 일정은 자의반 타의만 입구만 보고 돌아서는 관광지가 많았다.
지온인 앞에서 버스를 타러 터덜터덜 내려오는 길에 있었던 수국(아지사이). 빗속의 싱그러움이 참 좋았다.
구경다니는 중에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지 않겠나. 여행 가이드에 유명한 곳이라고 소개가 되어있는 오멘이라는 우동집에 가기 위해 은각사 주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각사는 두번이나 가본 경험이 있어 과감하게 은각사는 포기하고 오멘을 찾아서 출발!
아…이 무슨 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억수같은 비를 뚫고 우동집을 찾아갔지만, 마침맞게 오늘은 6월의 휴일. 유후. 아무리 문틈으로 들여다 봐도 인기척도 없고, 문도 닫혀있고. 교토 미워…
가려던 식당은 닫혀있고, 뭘먹을까 어딜갈까 하다가 대각선 방향에 있는 식당을 보고 들어갔다. 초밥집일거라 생각하고 들어간 곳은 정식집. 아아…( ㅠ _ㅠ)…
식당 주방으로 들어가는 노렌.
젓가락.
교토 지비루 한잔.
입맛을 돋우기 위한 전채. 들깨? 땅콩? 맛이 나는 두부와, 생선 살과 옥수수 등이 들어간 샐러드 비슷한 냉국(?).
생선살 튀김이 들어간 국물. 개운하고 시원한 맛.
연두부와 양념장이 같이 나오는 요리. 파와 생강을 같이 넣어서 먹는다. 두부 본연의 마시 잘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나온 오차즈케. 염장한 츠케모노와 밥, 그리고 녹찻물이 제법 잘 어울린다.
입가심으로 맥주 한잔 더.
그리고 마무리 후식까지.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친절한 설명 덕분에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서로 웃으면서 주인 아주머니랑 대화할 수 있었다. 주변에 한국사람이 살아서 그런지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나름의 한국어 발음(?)으로 물어보고 내 일본어 실력은 모자란 덕분에 제대로 대답을 못해드린것이 미안했던 곳.
세번이 넘는 인사를 서로 하고 가게를 나섰다.
못가봐서 아쉬운 오멘은 사진으로 한장 더 남기고 들어오면서 봐 두었던 커피숍으로.
직접 로스팅을 한다고 대문짝만하게 붙여놓은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시고, 슬슬 누나네 동네로 갈 준비를 한다.
누나네로 이동하기 전 교토역에서 그동안 찍어보지 못한곳, 가보지 못한 장소를 가기 위해 여기 저기를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교토역 안에서 자리만 잘 잡으면 교토타워가 이처럼 시웒게 잘 보인다.
교토역 위에서 내려다 보는 버스 환승센터. 환승센터 건너편 중앙에 보이는 곳이 ROHM본사인듯 싶다. 그리고 그 오른쪼 갈색건물 1층이 오가와 커피숍(교토 첫날 들렀던 그 커피숍이다).
교토역 바깥쪽 꼭대기로 올라 드나드는 열차를 본다. 이번 여행에서는 인연이 없었던 신칸센 열차. 선두부를 보니 그냥 700계구나.
이번엔 나가는 신칸센.
교토역 아래쪽을 내려다 보면서 또 한장. 비오는 날은 의외의 효과를 낼 수 있어서 좋다.
교토에서 츠루가로 가는 구간권. 나름 신쾌속 열차라곤 하지만, 가격이 어마어마 하다. 우리나라 서울에서 천안정도 거리라고 생각하면 쉬울텐데, 표값은 KTX 좌석표값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금액. 지금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100엔당 1100원대) 그래도 서울-천안아산간 표값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대다나다.
츠루가 역에 도착한 223계 신쾌속. 직선구간에서는 130Km/h를 끊는 대단한 보통열차다. 신칸센이 이어주지 못하는 곳에 특급 이외의 저렴한 운송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주는 열차. 하루종일 내리던 비도 춤해졌다.
종일의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누나네 집을 찾아 발을 옮겼다. 누나네 가는 길에 마트에 잠시 들러 선물로 수박 한통도.
작년 사진을 보자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이 여행이 지나고 9월쯤 누나는 후쿠이 츠루가에서 시즈오카의 오마에자키로 이사를 했고, 앞으로 또 언제 내가 이곳 츠루가에 갈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일본 여행 6번중에 이곳 츠루가에 안갔던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4일차 여행기도 마무리.